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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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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똑같이 반복되는 삶이 허무하고 외로워 63빌딩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주인공은 새 한 마리가 이마에 부딪치면서 끝없는 심연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 세계는 다른 차원으로 바뀌어져 있다. 풀어헤친 머리에 좀비의 눈을 한 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
농담처럼 가볍고 유쾌한 언어로 기지와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이 소설은 진지함과 경쾌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점차 적응해가는 주인공은 마치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으며, 읽어나갈수록 점차 소설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추락하며 놓쳐버린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끝도 없이 길게 줄지어 걷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걷고 있었다. 난 잠시 영문을 알 수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만 깜박였다.
"저…실례합니다, 할아버지.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앞에서 걷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톡톡 치며 난 공손히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노망이라도 나셨는지, 아니면 귀찮아하시는건지 대답은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더욱 어리둥절해진 난 이번엔 뒤를 돌아다보았다. 나보다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젊은 여자가 있었다.
"저기…으악!"
그 여자의 눈을 보게 된 나는 아무리 무서운 공포 영화를 봐도 끄떡 없었던 심장이 턱 멈추는 걸 느끼며-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미 내 심장은 멈춰 있었다-나오는 비명을 그대로 내뿜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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