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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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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소설집!
30대 초반의 여성-주부가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그녀의 소설은 대부분 결혼과 사랑의 고단하고 황폐한 삶을 주제로 하고 있다.
데뷔작 <사막의 달>은 가종(家從)의 신분이었던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처절한 운명을 탁월한 내면묘사를 바탕으로 그리고 있다. 천륜을 범한 근친상간과 불온한 사랑의 모험이 여성 그 자체가 죄인 삶의 비극을 참혹하게 드러낸다.
표제작인 <염소를 모는 여자>는 ‘일주일 내내 새벽 세시 네시가 되도록’ 비디오만 보고 있는 남편과 함께 사는 여성의 소외되 고 혼돈스런 삶이 ‘영혼의 성소’인 염소의 이미지를 통해 뛰어나게 묘사된 작품이다. 우산을 쓰고 염소를 몰며 비바람 치는 아파 트단지를 빠져나가는 여자의 모습은 우리 문학에서는 참으로 찾기 힘든 괴기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젊은 작가 전경린을 ‘귀기( 鬼氣)의 작가’, ‘정염의 작가’라 부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또한 동생들과 노래에 맞춰 안마당에서 춤을 추는 소녀, 교장집 아들과의 이상한 첫사랑, 선글라스를 쓰는 멋쟁이 아버지와 교양 있고 우아한 아버지의 애인 등 독특한 인물과 풍경들이 인상적인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은 누추한 세상살이의 단면을 들추어내며, 유년의 기억으로의 잠행을 통해 삶의 미세한 결을 읽어낸다.
유난히 아름다운 작품 봄 피안(彼岸) 에서 전경린은 다시 한번 불온하기 짝이 없는 정념을 토해낸다. 잔인하고 패덕한 남자 ‘터미네이터 ’에게 이상한 정념을 바치는 여자와 마음 속에 다른 남자에 대한 열정을 숨기고 사는 유부녀 등 두 여성의 위험한 사 랑의 모험은 난폭하고 기괴한 정념의 원초적 상태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와같이 전경린의 소설 전체는 견딜 수 없는 무게로 가해지는 여성의 고단한 운명을 종횡으로 가르고 있다. 사랑과 결혼은 희생이나 관용의 가치가 아니고 불온한 정념의 위험한 모험이며, 동굴 같은 삶의 황폐한 풍경은 자아와 내면의 파탄의 냄새를 풍 기고 있을 뿐이다. 육중한 주제의식과 세련된 문체가 돋보이는 신예작가 전경린의 첫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 는 90년대 우리 문학에서 참으로 독특하고 매혹적인 소설집임에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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